Gary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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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진짜 맛을 찾아서: 지방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계절의 손맛

많은 사람들이 바다 생선의 신선함은 항구에서 바로 잡아 올린 그 순간에만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흔히 “잡은 지 몇 시간 안 된 활어가 최고”라는 말을 믿지만, 재래시장의 베테랑 상인들은 고개를 젓는다. 오히려 배 위에서 선어(鮮魚)로 제대로 손질된 생선, 즉 피를 빼고 내장을 정리한 뒤 선도가 가장 좋은 상태로 시장에 내려온 생선이 더 깊은 맛을 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지방 항구 도시의 재래시장은 단순히 생선을 파는 곳이 아니라, 그날 바다의 상황과 계절의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살아있는 정보의 보고다.

재래시장을 처음 찾는 이들은 대부분 큰 활어수조에 들어있는 화려한 광어나 우럭에만 눈이 간다. 그러나 진짜 미식가들은 바닥에 놓인 스티로폼 박스 속, 은빛 비늘이 반짝이는 제철 생선을 먼저 살핀다. 계절마다 다른 어종이 항구에 들어오고, 그날의 날씨와 수온에 따라 잡히는 생선의 살결과 지방 함량이 달라진다. 봄에는 도다리와 주꾸미가 제철이고, 한여름에는 민어와 농어가, 가을에는 전어와 고등어가, 겨울에는 복어와 대구가 시장을 채운다. 이 흐름을 아는 상인들과 눈빛만 주고받아도 그날 시장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지방 항구 재래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상인들의 손에서 완성되는 조리법에 있다. 음식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시장 안에는 작은 횟집이나 포장마차 형태의 자리에서 방금 사 온 생선을 그 자리에서 회로 떠주거나 구워주는 곳들이 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화려한 플레이팅이 아니라, 수십 년간 칼을 다뤄온 손끝의 감각이다. 예를 들어 가을 전어는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이 가장 기름지다. 이때 상인들은 전어를 얇게 저며 회를 내고, 남은 뼈와 머리는 뜨거운 불에 노릇하게 구워 소금만 살짝 뿌려 낸다. 전어의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값비싼 일식당의 코스요리가 부럽지 않다.

여름철 민어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뤄진다. 민어는 살이 단단하고 맛이 깊어 회로 먹기도 하지만, 재래시장의 아주머니들은 민어를 큼직하게 토막 내어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낸다. 민어의 살에서 우러나온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진한 감칠맛을 낸다. 그리고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민어의 부레다. 민어 부레는 최상급의 보양식으로 손꼽히며, 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부위다. 이를 구입해 집에서 갖은 채소와 함께 지글지글 조려내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단순히 식자재를 사는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의 식문화와 조리 전통을 배우는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늦가을에는 대구가 시장의 주인공이 된다. 대구는 살이 하얗고 담백해 조림이나 구이, 매운탕 모두 훌륭하다. 특히 대구의 머리와 뼈로 끓인 해장국은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시장 골목에서 구수한 냄새를 따라가면 어김없이 대구 해장국을 파는 가게를 찾을 수 있다. 시장 상인들은 대구를 살 때 머리와 꼬리가 잘려나간 손질된 것보다, 통째로 올라온 것을 사라고 조언한다. 눈이 맑고 투명하며, 아가미가 선홍빛을 띠는 것이 신선한 대구의 기준이다. 이런 기본적인 선별법을 알려주는 것도 재래시장 상인들의 몫이다.

겨울철 복어는 위험한 식재료로 오해받곤 하지만, 재래시장에서 제대로 손질된 복어는 안전하고 매력적인 겨울 별미다. 물론 복어를 직접 손질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반드시 전문 자격을 갖춘 상인이나 식당을 통해 먹어야 한다. 재래시장의 복어 전문 코너에서는 손질된 복어 살과 껍질을 함께 팔며, 이를 집에서 가져와 끓여내는 복어탕은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 중 하나다. 복어의 담백한 맛은 어떤 양념보다도 맑은 국물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재래시장을 찾을 때는 아침 이른 시간이 좋다. 늦은 오후가 되면 그날 들어온 좋은 물량은 대부분 팔려나가고, 남은 생선은 선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새벽에 배에서 내린 생선이 시장에 진열되는 시간을 맞춰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항구 도시에서는 해가 뜬 직후부터 오전 중반까지가 시장의 활기가 가장 넘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상인들도 여유가 있어 이것저것 물어보며 조리법을 배우기에도 좋다.

해양 환경 보호의 측면에서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의외로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이 될 수 있다. 대형 마트에서 포장된 획일적인 생선을 사는 대신, 지역 어민들이 잡은 제철 생선을 구매하는 것은 과도한 어획을 줄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시장 상인들에게 잡히지 않은 새끼 물고기나 산란기 어미를 피하는 법을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해산물 소비에 동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한 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건강한 바다를 물려주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재래시장의 매력은 가격에만 있지 않다. 물론 대형 마트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에 훨씬 신선한 생선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큰 가치는 그곳에서 나누는 대화와 경험에 있다. “오늘은 남풍이 불어서 고등어가 잘 잡혔어”, “이번 주부터 도다리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이제부터 한 달이 제철이야” 같은 상인들의 말 속에는 수십 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이런 정보는 인터넷 검색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것이다.

가족을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식탁을 차리고 싶다면, 지금 바로 가까운 지방 항구 도시의 재래시장을 찾아가 보는 것을 권한다. 아이들에게는 바다 생선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교육적인 경험이 될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깊어가는 계절의 맛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장 골목에서 만난 계절의 생선을 상인들이 알려준 그대로 조리해 보자. 값비싼 조미료 없이도, 그날 바다가 선물한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한 상이 차려진다. 항구의 진짜 맛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의 재래시장 그 손맛 속에 이미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