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y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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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실의 무중력, 근육이 녹기 전에: 장기 승선자를 위한 건강 유지법

바다는 여전히 거칠고, 선실은 여전히 좁다. 그러나 항해 기술의 발달로 승선 기간은 길어졌고, 선원들의 신체는 예전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 노출되고 있다.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신체의 변화는 선원 스스로가 가장 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 달 이상을 상선이나 원양어선에서 보내는 이들에게 가장 흔한 적은 파도나 태풍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침대와 식탁이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생활은 활동량을 급격히 줄이고, 이는 마치 무중력 상태에 있는 우주비행사의 몸처럼 근육과 뼈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승선 기간이 길어질수록 선원들은 몸이 붓고,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이 떨리며, 등과 허리가 뻐근한 증상을 흔히 호소한다. 하지만 정작 그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선원들은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피로나 바닷바람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움직임 부족과 햇빛 노출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바다 위에서의 생활은 육지보다 추위와 습기에 더 많이 노출되며, 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런데 정작 하루 대부분을 선실에서 보내는 선원들은 에너지 소비에 필요한 만큼의 움직임을 얻지 못한다. 갑판 위에서의 업무는 반복적이고 한정적인 동작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 달 이상 승선하는 선원들이 가장 쉽게 간과하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근육 유지와 비타민 D 보충이라는 두 가지 핵심에 집중한다. 통계 수치를 나열하기보다는 관찰과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건강 관리 지침을 전달하고자 한다.

좁은 선실에서 근육이 약해지는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게 진행된다. 승선 첫 주에는 몸이 항해 환경에 적응하느라 분주하지만, 둘째 주부터는 근육의 이화 작용이 시작된다. 몸은 더 이상 단백질 합성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대신 근육을 분해하여 기본적인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특히 허벅지와 둔부, 허리 근육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랜 시간 선실 바닥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 습관은 고관절 굴근을 단축시키고, 엉덩이 근육을 비활성화시킨다. 이는 곧 요통으로 이어진다. 또 갑판 위에서 몸을 지탱하던 코어 근육의 힘이 빠지면, 단순한 파도에도 균형을 잃기 쉬워진다. 실상 선박 안전 장비 점검 시 선원들이 가장 크게 다치는 부위가 바로 발목과 허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선실이 좁다는 핑계로 운동을 포기하는 데 있다. 넓은 체육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선실 바닥의 1평 남짓한 공간만으로도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유도할 수 있는 스트레칭 방법은 충분하다. 가장 먼저 시작할 것은 아침 기상 직후의 전신 스트레칭이다. 침대에서 일어난 직후, 선실 바닥에 서서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카프 레이즈 동작을 20회 반복한다. 이 동작은 장시간 서서 일하는 업무 특성상 뭉치기 쉬운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고, 하체의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다음으로, 벽에 손을 짚고 하는 스탠딩 런지는 허벅지 앞쪽과 엉덩이 근육을 동시에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파도로 인해 선체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데 사용하는 근육들이 바로 이 부위다. 이 동작을 양발 각각 15회씩 반복하면 승선 중에도 하체 근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상체 근육은 갑판 작업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지만, 균형 있게 발달하지는 않는다. 끌어당기는 동작은 많지만 밀어내는 동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불균형은 어깨 관절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팔꿈치와 손목 통증으로 이어진다. 선실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밀기 운동으로는 침대 가장자리에 손을 대고 하는 인클라인 푸시업이 있다. 발을 바닥에 두고 상체를 기울여 팔로 몸을 밀어 올리는 동작은 가슴과 어깨 뒤쪽 근육을 고르게 자극한다. 하루 10회씩 3세트만으로도 갑판 위에서 밧줄을 당기거나 무거운 장비를 드는 동작의 효율이 달라진다. 또한 선실 내부의 손잡이나 고정된 파이프를 잡고 하는 행잉 동작은 척추의 압박을 완화하고 등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탁월하다. 다만 이동식으로 고정되지 않은 물건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므로, 반드시 선체 구조물에 단단히 고정된 부분을 이용해야 한다.

근육 문제와 함께 장기 승선자들이 간과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비타민 D다. 육지에 있을 때 사람들은 햇빛을 통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D의 대부분을 합성한다. 그러나 바다 위 선실에서 생활하는 선원들은 갑판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햇빛을 거의 받지 못한다. 오랜 항해 동안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으면 비타민 D 수치는 빠르게 감소한다. 특히 겨울철 북태평양이나 북해 항로를 지나는 선박의 경우, 하루 종일 흐린 하늘 아래에서 지내며 실제로 체감하는 햇빛의 양은 매우 적다. 비타민 D 부족은 단순히 뼈가 약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면역력 저하, 기분 저하, 만성 피로, 근육통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며,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많은 선원들이 비타민 D 부족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승선 2주 차부터 나타나는 무기력함과 관절의 뻣뻣함을 대부분 피로나 숙취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이는 칼슘 흡수율이 떨어지면서 신체가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D 권장량을 식품만으로 충족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등 푸른 생선이나 계란 노른자에 비타민 D가 포함되어 있지만, 매일 같은 양을 섭취할 수 없고 흡수율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 승선을 앞둔 선원이라면 출항 전에 비타민 D 보충제를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보충제 선택 시에는 단일 성분이 아닌 복합 비타민보다는 비타민 D 단독 제품을 선택하고, 지용성 비타민인 만큼 식사 후에 섭취하는 것이 흡수에 유리하다. 하루 권장량을 정확히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성인 기준선을 참고하되 과다 섭취를 피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와 상담 후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타민 D 보충과 함께 식사 습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항해 중에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부족해지기 쉽다. 냉동 야채와 통조림이 주를 이루지만, 이를 최대한 활용해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바다 낚시를 하거나 갑판에서 잡은 생선회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좋은 단백질과 지방 공급원이 된다. 다만 회를 먹을 때는 비타민 D 흡수를 돕는 기름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상이 좋지 않아 갑판 활동이 어려운 날에는 선내 식당에서 제공되는 식사에 단백질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단백질은 근육 유지의 핵심이며, 하루 세끼에서 몸무게 1kg당 최소 1g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실제로 장기 항해를 마치고 하선한 선원들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면 공통적인 패턴이 발견된다. 하선 후 2주에서 3주 사이에 근력이 확연히 감소하고, 계단을 오를 때나 무거운 짐을 들 때 불편감을 호소한다. 이는 항해 중 근육이 소실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 하선 후 몇 주간의 꾸준한 운동과 영양 보충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그보다 문제는 근육 소실이 이미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태도다. 나이가 들어 소실된 근육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실에서의 생활은 곧 자기 관리와 싸움이다. 선박 안전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고 항로를 확인하는 것처럼, 자신의 몸도 마찬가지로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을 바로 이용할 수 없는 것처럼, 건강 이상도 조기에 발견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항해 내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루에 15분을 투자하여 근육을 움직이고, 식사 후 한 알의 비타민 D를 챙겨 먹는 작은 습관이 한 달 항해 후의 몸 상태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결국 승선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kg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선 후의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몸을 쓰는 것이다. 장기 승선을 반복하는 선원일수록 이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항해 기간 동안의 관리가 하선 후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실의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은 많다. 바닥에 앉아 다리를 앞으로 뻗고 상체를 숙이는 동작은 햄스트링을 늘려주고, 벽에 손을 짚고 발끝으로 서는 균형 운동은 발목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동작들을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항해가 끝났을 때 몸이 보내는 반응이 달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 환경 보호 차원에서도 건강한 선원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선원은 해양 오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투기 금지 규정을 준수하며, 선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올바르게 처리한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선원은 무심코 무언가를 바다에 던지기 쉽지만, 신체 리듬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선원은 환경 보호에 의식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은 곧 바다를 돌보는 일과도 연결된다. 건강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공동체 속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긴 항해는 생존의 기술이다. 하지만 그 생존의 첫걸음은 외부의 장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돌보는 데서 시작된다. 하루 15분의 스트레칭과 식후 한 알의 비타민 D는 단순한 건강 관리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기 승선 생활에서 겪는 신체적 피로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대비책이다. 다음 항해를 앞두고 있다면, 짐을 싸기 전에 먼저 스트레칭 루틴을 점검하고 보충제의 상태를 확인하자. 알 수 없는 바다와 싸우기 전에, 우리 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항해 장비부터 정비하는 것이 현명한 순서다.